창 밖에는 금붕어가 헤엄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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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나긴 잠에서 깨어나자,

끔찍한 악몽을 꾼 것 같이 온 몸이 식은땀으로 푹 절어있습니다.

잠이 덜 깬 탓인지 정신이 몽롱하고 멍한 기분이 듭니다.

 

고개를 들면 빛이 일렁이는 창문 너머로,

거대한 금붕어가 헤엄치는 풍경이 보입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평화롭고,

익숙한 풍경이네요.

 

---

▼탐사자 소개

[KPC]

张强林: 21, 男, 장치앙린. 

 

 

[PC]

Lavina: 28, 女, 라비나.

 

 

 

▼시나리오 플레이 본문

 

 

 

 

창밖에는 금붕어가 헤엄치고 있었다. 　　

 

W. 로엘

 

PM 1:30PM 1:302021. 05. 23

 

.

 

.

 

.

 

당신은 기나긴 꿈에서 눈을 뜹니다.

 

어떤 꿈인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온 몸이 식은땀에 절어있는 것을 보아하니 끔찍한 악몽인 것 같습니다.

 

잠이 아직 덜 깬걸까요?

 

정신이 몽롱하고 멍한 기분입니다.

 

...

 

문득 고개를 들면,

 

 

빛이 일렁이는 창문 너머로 거대한 금붕어가 헤엄치는 풍경이 보입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평화롭고, 익숙한 풍경이네요.

 

날씨가 아주 좋아요.

 

오랜만에 밖으로 나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군요.

 

...

 

한참 그렇게 창 밖 풍경에 시선을 빼앗기고 있었을까요.

 

문에서 똑똑 노크 소리가 들립니다.

 

1:35PM张强林:나 들어가도 돼?

 

매일 듣던 익숙한 목소리입니다.

 

동거한 뒤부터 늘 함께 지내왔으니까 말입니다.

 

1:35PMLavina:..그래, 들어와. (마른세수를 하며 방금 깨 낮은 목소리로 허락의 말을 전한다)

 

들어와도 된다는 당신의 허락에 그는 문을 열고 방 안으로 들어옵니다.

 

1:38PM张强林:좋은 아침이야. 잘 잤어?

 

1:39PMLavina:..언제나처럼 기분이 개 같아.

 

1:40PM张强林:오늘은 날씨가 좋아. 밖으로 나가보면 좀 기분이 풀릴지도 모르지. (창 밖을 가리키며 어깨 으쓱했다)

 

1:41PMLavina:밖? ..나가기는 싫은데. 나간다고 이미 더러워진 기분이 좋아질 것 같지도 않고.

 

1:41PM张强林:뭐.... 그러면 말고. 아침 먹으러 나와. 적당히 시켜뒀어.

 

1:42PMLavina:뭐 시켰는데. (침대에서 슬그머니 내려오며 가볍게 물어본다)

 

1:42PM张强林:베이글. 그리고 크림치즈랑 커피, 술.

 

1:46PMLavina:나쁘지 않은 메뉴네. (자연스럽게 방 밖으로 나가려다 문득 생각난 창문 밖 금붕어가 머릿속에서 기이하게 도드라졌다. 보통.. 창문밖에는 금붕어가 없을 텐데. 아니, 없어야 하는데. 밖으로 나가려는 발걸음을 창문 쪽으로 돌려 창문 밖을 확인해본다)

 

1:47PM张强林:왜, 창문 밖에 뭐가 있어? (같이 창문 물끄럼..)

 

1:48PMLavina:..금붕어. (떨떠름..)

 

1:49PM张强林:왜, 평범하지 않아? 날씨도 좋고. 평소 그래로인데. 괜찮은거 맞아?

 

1:50PMLavina:아니.. 보통 창문 밖에 금붕어가 있으면 평범하다고 말을 하면 안 되지 않아? (창 밖에 뻐끔거리는 금붕어 가리킴..)

 

1:50PM张强林:매일 보던 평범한 풍경이잖아. 뭐가 문제야? (갸우뚱...)

 

1:52PMLavina:..너야말로 괜찮은 거 맞아? (인상을 찌푸리며 너를 쳐다본다)

 

1:53PM张强林:나 진짜 완전 멀쩡한데. ...안괜찮은건 라비나 아니야? ....요리를 해줄게. 평소랑 같은걸로. 베이글은 나중에 먹자.

 

치앙린의 요리실력이 어땠더라...

 

그래도 나름 당신과 같이 산 이후로는 나아진 것 같습니다.

 

전에는 겨우 먹을 정도였지만 이제는 가끔 꽤 맛있는 정도로 말이죠.

 

1:56PMLavina:아니, 하아.. 됐다. 그냥 밥이나 먹자. (정말 내가 이상해졌나 싶으면서도 저 징그러운 금붕어를 당연하게 여기는 네 모습에 짜증이 치밀어 오다가도 여기서 화를 내봤자 부질없다 여겨져 한숨을 쉬곤 방 밖으로 나간다)

이번 요리는 부디 맛있길 바래.

 

둘은 그렇게 부엌으로 향합니다.

 

창문 너머로 아침 햇살이 은은하게 비춰지는 거실 한 켠에 식탁이 있습니다.

 

치앙린은 식탁에 있는 의자를 빼내서 당신을 앉혀줍니다.

 

싱크대 근처로 갔던 치앙린은 낮게 욕설을 뱉으며 무언가를 싱크대에 내다 버립니다.

 

당신이 식기가 놓여진 식탁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으면,

 

그가 주방에서 접시 두 개를 식탁 위에 내려놓습니다.

 

 

접시에 담긴 것은 피가 뚝뚝 떨어지는 선홍빛의 날고기입니다. 　　

 

동거한 뒤부터 매일같이 먹어왔던 음식이죠.

 

오늘따라 유난히 더 맛있어보이네요!

 

2:01PMLavina:..지금 나한테 이걸 먹으라는 거는 아니지? (이게 뭔.. 피가 뚝뚝 떨어지는 날고기의 비주얼을 보자 평범했던 얼굴이 저절로 구겨진다)

 

2:02PM张强林:왜? 매일 먹었던거잖아. 밥을 먹기 싫어서 그래? ...다른건 없는데. 끼니를 거르는건 몸에 안좋아. 이렇게 말라가지고 밥도 안먹으면 어떡해.

 

2:04PMLavina:내가 이걸 매일 먹었다고? (아무리 기억력이 금붕어처럼 나빠졌다 해도 매일 이걸 먹은 기억은 없었다) 이걸 먹으면 건강했던 몸도 바이러스에 감염되어서 나빠질 것 같은데. 난 베이글 먹을래. 아까 시켰다는 베이글 줘.

 

2:06PM张强林:응. 매일 먹었잖아. 내꺼랑 바꿔줄까? 그래봤자 메뉴는 똑같을텐데. (갸웃...) 안 나빠져. 매일 먹었는데 멀쩡한걸 보면 괜찮은거 아냐? 오늘은 꽤 맛있는데.

아, 그건 버렸어. 어제 새벽에 들어오면서 사둔건데 실온에 둬서 또 상했나봐. 매번 다른 음식을 들여오면 이렇게 된다니까.

 

2:11PMLavina:..너 아까부터 왜 그래? 평소에도 이상하긴 했는데 오늘은 유독 더 이상하게 구네. 머리라도 다친 거야? (걱정스럽다는 말투라기엔 불쾌한 감정이 섞여 들어간 듯한 투였다)

..그러면 난 안 먹을래. 배도 별로 안 고프고. (날고기가 담긴 그릇을 쭉 밀어버린다. 난 이것을 절대 먹지 않겠다는 감정이 가득 담긴 행동)

 

2:14PM张强林:...? 나 어제는 굉장히 멀쩡한 상태로 돌아왔는데. 조금 긁힌 것 말고는 아무런 상처도 없잖아. 봐, (라고 이야기하며... 긁힌 뺨을 건드리고는 어깨를 으쓱한다)

안먹으면 배고플텐데. 한입이라도 먹어. 나도 먹을테니까. 정 그러면 내가 먹는걸 보고 먹으면 되잖아.

 

2:18PMLavina:내 기준에서는 그 긁힌 뺨도 멀쩡한 상태는 아니야. (갑자기 피로해지는 기분을 느끼며 눈가를 꾹, 꾹 하고 지압한다)

그런 문제가.. 하.. 그래, 그러면 너 먹는 거 보고 먹을게. (이렇게 말싸움하기에도 지친다.. 다 포기한 듯한 표정으로 의자에 기대 네가 먹는 것을 기다린다)

 

2:19PM张强林:...이것도 안 괜찮아? (허락 맡고 다쳐오겠다는 말이 괜히 걸려서 물어봤다.) 뭐, 그래. 오늘따라 너 이상하네. (고개를 갸웃하고는 제 앞의 음식을 입에 넣었다)

 

당신이 이야기한대로 그는 음식을 입에 넣습니다.

 

 

피가 뚝뚝 떨어지는 날고기를 입에 넣으며, 　　

 

당신을 빤히 바라보네요.

 

이래도 안먹을거냐고 종용하는 눈치에요.

 

2:25PMLavina:만족스럽지는 않네. (안 괜찮냐는 물음에 고개를 조금 기울이며 답했다)

(진짜 먹네 저걸.. 정말로 먹을 줄은 몰랐기에 조금 당황한 표정을 짓고는 곧 자신이 먹게 될 날고기를 내려다본다. 그러다 한숨을 쉬곤 날고기 한 덩이를 포크로 찍어 올린다) ..진짜 먹어야 해?

 

2:28PM张强林:...다음에는 조금 더 조심할게. (입 삐죽 내밀고 네 말에 볼 손등으로 문질렀다.) ...내가 안다치는 대신에 너는 밥 잘 먹기로 나랑 약속했잖아... 그것도 기억 안나? 어제까지는 세 끼 다 잘 먹었으면서 오늘은 왜 그럴까. (조금 울상인 표정 짓는다...)

 

2:31PMLavina:다치지 않도록 힘내봐. (입을 내밀고 볼을 문지르는 네 모습에 피식 웃었다가 눈 깜빡할 사이에 웃음기를 얼굴에서 지워버린다) 그런 약속까지 했던가.. (짜증 나도록 귀찮은 약속을 했네.. 불만스럽다는 투로 작게 중얼거린다)

 

2:32PM张强林:귀찮은 약속이라니, 그것도 안지켜지면 네 몸이 망가지잖아. 조금 더 몸에 신경 써주면 안돼? 내 상처보다 네 몸이 더 심각하다고.

 

2:37PMLavina:마누라 잔소리를 듣는 게 이런 기분인가.. 알겠어, 알았다고. 먹으면 되잖아. 먹으면.. (한 입 먹으려고 포크를 입가로 가져갔다가 나는 피비린내에 인상을 찌푸리며 쯧, 하고 혀를 찼다. 그렇게 포크가 도착지점도 찾지 못한 채 방황을 하다 결국 조금. 아주 조금 날고기를 베어 물었다. 베어 물기만 했는데도 벌써 속이 안 좋아지는 것 같았다)

 

 

지독한 피비린내와 선홍빛 고깃덩어리가 입 안으로 들어갑니다. 　　

 

그렇게 조금만 먹었는데도 역한 기분이 올라오네요.

 

그렇게 잘 씹히지도 않는 요리를 조금씩 먹다보면...

 

으득, 소리와 함께 무언가 씹힙니다.

 

 

뱉어보면 피로 물든 날카로운 뼈가 나옵니다. 　　

 

SANc (1/1d3)

 

2:40PMLavina:

SAN Roll

기준치:	40/20/8
굴림:	45
판정결과:	실패

3

하아.. 이빨 나가는 줄 알았네. (날카로운 뼈를 보며 한숨을 쉰다. 이젠 어디서부터 지적을 해야 할지 감도 안 잡힌다) 내가 이렇게 날카로운 뼈가 다 제거도 되어있지 않은 날고기를 매일, 세 끼 전부 먹었다고? 너 기억 조작된 거 아니야? (아까부터 이상하게 구는 네 모습에 짜증과 분노가 조금씩 쌓여왔고 이젠 슬슬 참는 것이 한계였다) 이젠 네 말에 맞춰주는 것도 힘들어. 장난은 여기까지 해. 짜증나려하니까.

 

2:49PM张强林:(네 말에 네 접시를 보더니 눈을 동그랗게 뜬다.) 아, 그게 내 거였구나. 미안, 나도 얼마 안먹었으니까 이걸로 먹어. 항상 네 건 손질을 잘 해놓는데 오늘은 나도 정신이 없어서 접시를 바꿔서 준 것 같아. (자신의 앞에 있던 접시와 네 접시를 바꿔주고 너를 빤히 바라본다.) 안다쳤어? ... ...이상한건 넌데, 어째 내가 이상하다 소리를 듣는 것 같네... 뭐, 네가 그렇다면 그런거겠지만... 더 안먹을거면 두고 가.

 

2:52PMLavina:(벽과 대화하면 이런 느낌이려나. 분명 대화를 하고는 있지만, 대화에 진도는 제자리에서 움직일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답답한 마음을 여기서 더 표현해봤자 이상한 사람만 될 것 같았기에 너를 빤히 쳐다보다 결국 의자에서 일어난다) 너 혼자 맛있게 먹어. 이건 도저히 못 먹겠다.

 

당신이 일어나면,

 

고개를 갸웃거리는 치앙린이 식탁에 남아 음식을 마저 먹는 것이 보입니다.

 

중간중간 걸리는 뼈를 뱉어내며 말이죠.

 

다음 식사 때까지는 자유롭게 시간을 보내면 될 것 같네요.

 

먹은게 별로 없긴 하지만...

 

소화라도 시킬 겸 집을 조금 돌아다녀 볼까요.

 

아니면 밖으로 나가는 문이라도 찾아보던가요.

 

2:56PMLavina:(뭐하면서 시간을 떼워야 하나.. 잠시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 결국 그렇게 크지도 않은 집을 돌아다니기로 했다)

 

그렇게 크지 않은 당신의 집에서...

 

볼만한 곳은 부엌과 거실, 욕실, 당신의 방과 그의 방, 서재 쯤 되겠네요.

 

2:58PMLavina:(제일 가까운 부엌부터 볼까. 잘하면 내가 먹을 수 있는 걸 찾을지도 모르고. 부엌 쪽으로 느릿하게 걸어간다)

 

잠시 서성이다 부엌으로 가면,

 

부엌에서는 치앙린이 아까 먹은 접시들을 싱크대에서 설거지 하고 있습니다.

 

빨리도 먹었네요.

 

 

하얀 거품에 접시에 묻은 피가 섞여서 선홍빛으로 물들어 갑니다. 　　

 

부엌 한켠에 냉장고와 찬장이 보입니다.

 

3:00PMLavina:(먹을 거.. 평범한 음식이 들어있을 법한 냉장고부터 열어본다)

 

냉장고를 열자...

 

눈 앞에 보이는 것은,

 

 

정확한 형태를 알 수 없을 정도로 토막난 고깃덩어리입니다. 　　

 

라비나, 지능 판정.

 

3:01PMLavina:

지능

기준치:	65/32/13
굴림:	23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냉장고에 들어있는 재료는 오직 그 고기 뿐입니다.

 

평소와 같은 식재료네요.

 

...

 

문득 어떤 의문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갑니다.

 

냉장고 안을 가득 채운 이 고기는 대체 어디서 가져온 걸까요?

 

 

무슨 동물의 고기죠? 　　

 

3:04PMLavina:..야, 이 고기들 무슨 고기야? (시선은 냉장고 속 고기 덩어리에 둔 상태로 너에게 물어본다)

 

3:04PM张强林:그냥... 평범한 고기인데? 어제 저녁이랑 오늘 아침에 먹은거.

 

3:05PMLavina:아니 그런 거 말고. 어느 동물에서 나온 고기냐고.

 

3:06PM张强林:....어디였더라. 원래부터 냉장고에 있던거야. ...네가 사온거 아니었어? 기억이 안나는데.

 

3:08PMLavina:아까 내가 한 입만 먹고 일어난 거 못 봤어? (네가 사온 거 아니었냐는 말에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본다) 고기가 갑자기 냉장고에 생겨날 리는 없고. 잘 좀 생각해 봐. (짜증이 담긴 손길로 냉장고를 쾅, 하고 닫아버린다)

 

3:10PM张强林:....어제까는 안 그랬어. (소심하게 반항해봤다...) 진짜 기억이 안 나는데... 먹을건 그것 밖에 없잖아. 다른걸 사오면 한시간도 안지나서 다 상해버리고.

 

3:12PMLavina:내가 지금 꿈을 꾸기라도 하나. (어제까지의 나는 도대체 무슨 사람이었는지 감도 안 잡힌다) ..한 시간도 안 돼서 상해버린다고? 그게 무슨 헛소리야. (정말 말을 하면 할수록 이해를 할 수 없는 말만 내뱉는 네 모습이 이젠 익숙해지려 한다)

 

3:14PM张强林:꿈이라니, 지금은 멀쩡하게 현실이잖아. 정말로 오늘 너 좀 이상하네... (눈썹 까딱..) 늘 봤잖아. 아침이나 저녁을 사와서 먹으려고 하면 다 상해있는거. 요즘은 더 빨리 상하는 것 같긴 하지만. 어제도 국수를 사왔었는데 결국은 아무것도 못먹고 버렸고. 기억 안나?

 

3:17PMLavina:..네가 이상해진 건지. 아니면, 내가 이상해진 건지 모르겠다, 이젠. (한숨 쉰다) 어, 기억 안 나. 내가 당장 어제까지만 해도 그 고기들을 먹고 이 이상한 생활을 당연하게 여겼다는 것까지도 기억이 나지 않아.

 

3:18PM张强林:...기억 상실증인가? 뭔가 머리를 다쳤다거나, 그런 일 없었어? 어제 침대에서 떨어졌다거나.

 

3:20PMLavina:설마. ..정말 기억 상실증이면 나도 참 불쌍한 사람이네. 잊고 싶은 기억은 남기고 평범하게 생활한 기억들만 잊어버린 거니까. (힘없이 공허한 웃음을 툭 내비친다)

 

그렇게 말하는 당신을 걱정스러운 눈으로 보던 그는,

 

당신의 어깨를 약하게 두드리고는 새에게 모이를 주어야겠다며 거실로 향합니다.

 

3:23PMLavina:(거실로 향하는 장치앙린의 모습을 눈에 담다가 고개를 돌리곤 찬장을 열어본다. 여기엔 먹을 게 있으려나)

 

찬장에는 평범하게 식기들이 들어있습니다.

 

모두 새 것처럼 반짝반짝 하네요.

 

3:27PMLavina:..이건 언제 손질해뒀지. (반짝거리는 식기들을 보며 뽀득뽀닥, 하고 식기들을 닦는 치앙린의 모습을 상상하며 찬장을 닫는다. 무기를 닦는 것도 아니고 식기를 닦는 장치앙린이라.. 정말 안 어울린다)

 

수건으로 식기를 뽀득뽀득 닦는 장치앙린...

 

식기가 아주 조금 귀여워보입니다.

 

3:30PMLavina:(거실에서 새한테 모이를 준다 그랬나.. 애가 왜 갑자기 저러지. 사춘기나 갱년기는 아닐 거 아냐.. 모이를 주는 걸 구경 할 생각에 거실로 향하는 발걸음이 조금 빠르다. 아주 조금)

 

거실 중앙에는 쇼파가 자리하고, 맞은편 벽을 TV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구석에는 배가 부풀어있는 까마귀가 누워있는 새장이 걸려있습니다. 　　

 

혼자 서있기에는 다소 한가롭게 느껴질 정도로 넓은 공간입니다.

 

3:33PMLavina:(까마귀.. 원래 있었나..? 이젠 이게 정상적인 건지 아니면 기이한 것인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설마 죽은 건 아니겠지. (새장에 가까이 다가가 까마귀..를 살펴본다)

 

 

새장에는 배가 거대하게 부풀어있는 까마귀가 뼈가 뒤틀린 모습으로 기어다니고 있습니다. 　　

 

날개와 다리는 이상한 각도로 꺾여있고 달팽이라도 되는 것 마냥 등으로 움직이는 광경이 어쩐지 우스꽝스럽기까지 합니다.

 

SANc(0/1d3)

 

3:34PMLavina:

SAN Roll

기준치:	37/18/7
굴림:	7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치앙린이 카나리아에게 먹이를 줄 시간이라면서 새장 안 모이통에 사료를 붓습니다. 　　

 

새는 오늘도 귀여운 모습입니다.

 

3:38PMLavina:(이건 확실히 이상하고 기이한, 그런 행동이다. 저절로 눈이 찌푸려지는 네 행동에 경악으로 물든 눈빛으로 너를 바라본다) ..이게 무슨 짓이야?

 

3:39PM张强林:어, 첸후안에게 밥 주기..? 네가 주려고?

 

3:40PMLavina:..너는 저 까마귀가 먹이를 먹을 수 있는 상태로 보여?

 

3:41PM张强林:까마귀? (뭐?) 카나리아잖아. 저번에 다리가 부러진걸 내가 데려와서 지금 잠깐 키우고 있는거고.

 

3:44PMLavina:저렇게 검고 크기도 큰데 저게 어떻게 카나리아야. 다리가 부러져서 키우고 있다고? 그럼 도대체 뭘 했길래 다리가 부러졌다는 새가 날개도 처참히 꺾여있어? 네가 보기에도 저 새의 상태가 너무 안 좋아 보이지 않아?

 

3:46PM张强林:...카나리아인데. 그리고 카나리아가 등으로 기어다니는건 정상이잖아. 오늘따라 딴 세계에서 온 것 같아. 이상하네. (눈썹 찡글..) 괜찮은거 맞아? 열같은건 없어? (걱정스러운 눈으로 너 봤다.)

 

3:49PMLavina:너야말로 딴 세계에서 온 것 같은데. 아닌가? 집 상태도 그렇고 너도 이상한 걸 보면 내가 이상한 세계로 들어온 것일 수도 있겠네. (머리가 깨질 것처럼 아프다. 도대체 뭐가 문제인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차라리 열이 심하게 나서 앓아누웠으면 좋겠다. 그렇게 앓고 일어나면 내가 원래 있던 정상적인 세계로 돌아갈지도 모르고.

 

3:51PM张强林:...우리 평범하게 잘 지내왔잖아. 나도, 너도 여기에서 같이 산지 꽤 됐다고. (네 말에 갸웃거렸다...) 그런 말은 하지 마. 빈말로도 아프겠다고 말하지는 말란 말이야. (괜히 눈썹 찡그리며 말했다. 네가 아프면 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는데.) ...왜 이상하게 여기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네가 불편하다면 고쳐볼게.

 

3:55PMLavina:그러게. 여기서 같이 산 지는 꽤 된 것 같은데 오늘따라 모든 게 이상하고 괴리감이 느껴져. (양팔을 쓸며 어깨를 움츠렸다) ..알겠어. 앞으론 말 안 할게. (고개를 끄덕이곤..) 내가 불편해하는 것들을 전부 고치려면 한참 걸릴 것 같은데.

 

3:56PM张强林:뭐... 한참 걸리는걸 빨리 해결하는게 내 일이니까. 최대한 빨리 고쳐볼게.

 

3:58PMLavina:네가 지금까지 한 말 중에서 가장 맘에 드는 말이었어. (너의 등을 토닥이곤 TV를 확인하기 위해 발을 돌렸다. 우리 집만 이렇게 이상한지 아니면 전 세계가 이상하고 나만 이런지 확인하기 위해 TV를 틀어보려고 한다)

 

50인치의 TV입니다.

 

리모컨으로 전원을 키면 노이즈만 일 뿐 아무것도 나오지 않습니다.

 

3:59PMLavina:..이건 또 뭐가 문제야. (짜증스럽게 리모컨을 눌러댄다)

 

4:00PM张强林:아, 그거 고장났어. 사람을 불러야하는데 통 전화를 안 받아서, 이따가 한 번 더 전화해볼게.

 

4:02PMLavina:..그래? (이젠 놀랍지도 않았다. 밖에는 금붕어. 안에는 기괴한 까마귀. TV 고장 정도는 이제 그러려니 하고 넘길 수 있을 정도로 이상한 것에 적응하고 있는 것 같다)

(조금 쉬고 싶어지는 기분이 들어 TV 앞 소파에 쓰러지듯 풀썩 앉는다)

 

소파에 앉자 푹신한 방석이 당신을 반깁니다.

 

피곤할 때 쉬기 딱 좋아보이네요.

 

4:07PMLavina:(푹신한 소파에 앉으니 피로감이 한 번에 몰려오는 기분이었다. 도대체 내가 지금 느끼고 있는 일상의 괴리감은 무엇이며 내가 정말 갑자기 이상해졌거나 기억 상실증이 와서 이 생활을 잊어버린 것인지 분간이 안 간다. 이젠 정말 내가 정말 맞는 사고를 하는지도 알 수 없어서 아파오는 관자놀이를 꾹, 누른다)

 

피곤한 나머지, 당신은 스르르 잠에 듭니다.

 

...

 

얼마나 지났을까요,

 

당신은 기나긴 꿈에서 눈을 뜹니다.

 

어떤 꿈인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온 몸이 식은땀에 절어있는 것을 보아하니 끔찍한 악몽인 것 같습니다.

 

아침과 달리 소파에서 일어나면,

 

식탁에서 서류를 들고 읽고있는 치앙린이 보입니다.

 

정신이 몽롱하고 멍한 기분입니다.

 

4:10PMLavina:..나 얼마나 잤어? (눈가를 비비며 잠긴 목소리로 너에게 물어본다)

 

4:11PM张强林:얼마 안 잤어. 두 시간? 많이 피곤하면 들어가서 잠깐 눈이라도 붙이고 있어. 소파에서 자면 불편하잖아.

 

그러고보니 어깨에서 흘러내리는 담요는,

 

그가 덮어준 모양이었나봅니다.

 

4:13PMLavina:아니야, 이 정도면 적당히 잘 잤어. 그리고 이건.. 고마워. (담요를 들어 보여주며 고맙다고 말했다. 유독 고마워 부분만 작게 말해 자칫하면 못 들을 수 있었다)

 

4:15PM张强林:그래? 그러면 욕실에라도 다녀와. 몽롱해보여. (세수를 하거나 손을 씻으면 조금 깨잖아, 하고 덧붙였다.) 덥진 않았지? (네 말에 입꼬리를 올려 웃으며 물었다.)

 

4:16PMLavina:그러는 게 좋겠다. (고개를 끄덕이곤 욕실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적당했어.

 

어깨를 으쓱하며 뭘, 하고 말하는 그를 뒤로하고,

 

그렇게 당신은 욕실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욕실은 거실과 방 사이를 잇는 복도에 위치해 있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독한 고무 냄새가 코 끝을 스치며 변기와 세면대, 검은 물이 찰랑이는 욕조가 보입니다. 　　

 

 

깨져있는 거울에서 나온 파편이 욕실 바닥에서 반짝이고 있습니다. 　　

 

다치지 않고 들어가려면 슬리퍼를 신고 들어가는 게 좋겠네요.

 

4:18PMLavina:..이건 또 무슨 난리야. (욕실에 들어가기 위해 슬리퍼를 두리번거리며 찾는다)

 

주변을 두리번거리자 세면대 아래의 선반에 세워진 슬리퍼가 보입니다.

 

4:21PMLavina:(슬리퍼를 끌어와 신고 욕실 안으로 걸어 들어간다. 도대체 무슨 짓을 했길래 거울을 깼는지 세수하고 나가면 장치앙린에게 물어보겠다 생각하며 세면대에서 물을 튼다)

 

세면대를 바라보면 깨진 거울의 파편이 세면대에도 튄건지 반짝이고 있습니다.

 

물을 틀면 시원한 물이 콸콸 쏟아지지만,

 

 

세면대 수챗구멍에 검은색 기다란 머리카락이 엉킨 채 밖으로 나와있습니다. 　　

 

물에 닿은 머리키락이 계속해서 빠져나와 세면대 안에서 너울댑니다.

 

SANc(0/1d2)

 

4:23PMLavina:

SAN Roll

기준치:	37/18/7
굴림:	88
판정결과:	실패

2

..하, 진짜 가지가지 한다. (이젠 헛웃음이 나올 정도로 어이가 없는 이 상황 속에서 정말 간절하게 벗어나고 싶었다)

(고개를 들어 깨진 거울을 살펴본다. 설마 주먹으로 깨지는 않았겠지)

 

...

 

............

 

세면대 위에 붙어있는 거울입니다.

 

...누군가 주먹으로 내리치기라도 한 것처럼 거울의 중심부터 산산조각나있습니다.

 

깨진 탓인지 거울에 일그러진 상이 맺힙니다.

 

거울에 비친 수많은 당신의 모습이 마치 자신을 지켜보는 듯한 착각마저 듭니다.

 

4:30PMLavina:...담요 덮어준 게 기특해서 그냥 넘어가 주려고 했는데. 하아.. 이걸 어떡하면 좋을까. (거울의 상태를 보자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온다..) 저놈한테 따지기 전에 욕조에는 뭐가 있는 거야.. (깨진 거울 다음으로 제일 신경 쓰이는 욕조에 다가간다)

 

 

욕조 안에는 검은색 물이 절반 정도 들어차있습니다. 　　

 

욕실에서 풍기는 지독한 냄새의 근원지는 이 물이 원인으로 보입니다.

 

검은물을 만진다면 단순한 액체라기에는 진득거리고 불쾌한 감촉이 느껴집니다.

 

물을 빼려고 해도 구멍이 막힌건지 내려가질 않으며,

 

수챗구멍은 세면대와 마찬가지로 길고 검은 머리카락으로 가득차있습니다.

 

SANc(1/1d3)

 

4:32PMLavina:

SAN Roll

기준치:	35/17/7
굴림:	96
판정결과:	대실패

3

..지금이라도 쓰러지고 싶다. 딱 3일만 죽은 것처럼 자고 일어나면 뭐든 괜찮아지지 않을까. (한 번에 너무 많은 스트레스를 받아 어디론가로 도피하고 싶어지는 마음이 마음에 박혀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다)

(욕실에서 나가려다 눈에 띈 변기를 본다. 여기에도 머리카락이 있으려나)

 

변기는 새하얗고 깨끗합니다.

 

변기 옆에는 변기를 청소하기 위한 청소용 솔도 있습니다.

 

물을 내리면 잘 작동할 것 같네요.

 

4:37PMLavina:(이건 왜 멀쩡하지. 별 생각 없이 물을 한 번 내려본다)

 

물소리가 나며 구멍으로 물이 빨려들어갑니다.

 

새로 차오르는 물은 투명하네요.

 

평소와 같은, 멀쩡한 변기입니다.

 

4:40PMLavina:..진짜 멀쩡하네. (이 이상한 집에서 유일하게 멀쩡한 것과 마주쳤는데 그게 하필 변기라니. 내 인생도 참 기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이 피곤하면 제 영역으로 가는 것과 비슷한 심리로 찝찝한 기분을 뒤로 하고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당신의 방으로 들어가자, 익숙한 풍경이 눈에 보입니다.

 

그와 동거하면서 지냈던 방이죠.

 

물론 그 전에도 당신의 방이긴 했습니다만.

 

침대와 그 옆에는 협탁이 자리하고 있고,

 

 

창 밖에는 거대한 금붕어가 헤엄치는 풍경이 보입니다. 　　

 

4:44PMLavina:..맞다. 내 방에는 저 망할 금붕어가 있었지.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창 밖으로 보이는 금붕어의 모습에 자신의 방도 다른 곳처럼 이상해졌다는 것이 뼛속까지 실감났다)

 

 

창 밖에는 거대한 금붕어가 평화롭게 헤엄치고 있습니다. 　　

 

계속 창문을 바라보고 있으면 금붕어의 커다란 눈이 당신을 향합니다.

 

무기질적이고 마치 끝없이 새까만 우주를 보는 것처럼 공허한….

 

그 눈을 마주하고 있으니 온 몸의 털이 쭈뼛 서는 기분이 듭니다.

 

SANc(0/1d2)

 

4:45PMLavina:

SAN Roll

기준치:	32/16/6
굴림:	29
판정결과:	보통 성공

(최대한 금붕어에 시선을 주지 않은 채 침대에 앉아본다.. 내가 왜 내 방 침대에 앉는데 저 금붕어의 시선을 느껴야하나 싶고..)

 

푹신한 감촉이 느껴지는 침대입니다.

 

포근한 기분에 누우면 금방이라도 잠이 쏟아질 것 같습니다.

 

오늘 아침에도 당신과 함께 있었던 침대죠.

 

4:48PMLavina:..아까 잤으니까 눕지는 말자. (누우면 정말로 잠들 것 같아서 느릿하게 일어나 침대 옆 협탁을 살펴본다)

 

침대 옆에 있는 협탁입니다.

 

협탁 위에는 무드등이 올려져있습니다.

 

4:49PMLavina:..진짜 장관이고 가관이다. (창문 밖 금붕어를 빤히 바라본다.. 커튼이라도 쳐야 하나)

 

밖에는 나무도, 하늘도, 사람도 그 무엇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저 새하얀 공간 속에서 거대한 금붕어 몇 마리가 헤엄치고 있을 뿐입니다.

 

당신은 창문 옆에 늘어져 있는 커튼을 당겨 금붕어를 가려버립니다.

 

광원하나 없는 방은 이윽고 암흑으로 물듭니다.

 

5:02PMLavina:..어두운 건 싫어. 조용한 것도 싫고. (방 안이 조금의 빛도 없는 암흑으로 가득 차자 귀에서는 이명이 들려오는 것 같았고 온몸에 소름이 돋아 솜털이 쭈뼛 서는 것 같았다. 옆에 무드등이 있다는 것조차 망각한 채 밝고 네가 있을 거실로 거의 뜀박질을 하듯이 문에 다가가 다급하게 문을 연다)

 

다급하게 문을 열고 나오면,

 

밝은 빛이 눈을 시리게 비춥니다.

 

주위를 둘러 그를 찾아보면...

 

어디에 들어가기라도 한 것인지 보이질 않아요.

 

5:10PMLavina:..어디 갔어. (당연히 방 밖으로 나오면 네가 있을 거라 생각했기에 더욱더 당황스러웠다. 오늘따라 기이하고 이상한 행동만 했던 너이지만 지금 나에겐 네가 너무도 필요했다. 평소라면 이렇게까지 반응할 리가 없지만, 지금까지 쌓인 불안함과 스트레스. 소모된 정신력들이 한 번에 몰려와 자신을 집어삼키는 바람에 이성이 흐려지고 본능과 감정만 남아버렸다. 자기 방에 들어갔나 싶어 노크도 하지 않은 채 장치앙린의 방의 문을 연다. 날 두고 어딘가로 사라진 건 아니지? 제발 날 혼자 두지 마.)

 

치앙린의 방 문고리를 잡자,

 

갑자기 눈 앞이 흐릿해지면서 졸음이 몰려오기 시작합니다.

 

귓가에는 날카로운 이명이 들리고 다리에 힘이 풀려 몸이 크게 휘청거립니다.

 

균형을 잃고 바닥을 향해 추락하는 몸을 누군가 받아듭니다.

 

일렁이는 시야로 언뜻 보이는 얼굴은….

 

 

... 치앙린입니다. 　　

 

그늘진 치앙린의 얼굴이 어떤 표정을 짓고있는지 지금 시야로써는 보이지 않습니다.

 

몸에는 힘이 들어가지 않고, 자꾸만 눈이 감깁니다.

 

5:12PM张强林:오늘따라 많이 피곤한가보네.

그러게 아까 들어가서 좀 자고 오라니까.

...좋은 꿈 꿔, 한숨 자면 모든 게 나아질거야.

 

조곤거리는 치앙린의 목소리를 끝으로,

 

이윽고 시야가 완전히 암전됩니다.

 

.

 

.

 

.

 

...

 

오늘은 평소보다 유난히 햇빛이 화창한 날입니다.

 

날씨도 좋으니 산책이라도 하자며 두 사람은 거리를 걷고 있었습니다.

 

당신이 멍하니 서있자,

 

옆에서 걷던 치앙린이 걱정되는 표정으로 당신을 바라봅니다.

 

5:14PM张强林:왜 그래. 무슨 일 있어?

 

5:15PMLavina:..어? 아니, 내가 왜 지금 산책을 하고 있나 싶어서.

 

5:16PM张强林:...? 아까 우리 같이 나왔잖아. 기억 안나? 선 채로 잠이라도 든 거야? (입꼬리를 올리며 피식 웃었다)

 

5:18PMLavina:..지금 이게 꿈인지, 아니면 내가 꿈에서 깬 건지 모르겠어.

 

5:19PM张强林:무슨 소릴 하는거야. (오랜만에 아하하, 하고 웃었다.) 정말로 선 채로 잠이라도 들었나보네. 어디 안에라도 들어가서 좀 쉴까? 아니면 집으로 돌아가거나. 어떻게 할래? (살짝 아래를 내려다 보며 너와 눈을 맞추고 웃으며 물었다.)

 

정말 그의 말대로 선 채로 잠이라도 들었던걸까요.

 

눈 앞에 보이는 광경은 평화롭고 일상적인 풍경입니다.

 

금붕어가 헤엄치고 있지도 않을 뿐더러,

 

새들은 지저귀며 푸른 하늘을 자유로이 날아갑니다.

 

아마 꿈이라면 지독한 악몽을 꾼 거겠죠.

 

괜한 기우일 겁니다.

 

그보다 모처럼 나와 그와 산책을 하는건데,

 

좀 더 이 순간을 즐기는 게 좋지 않겠어요?

 

5:25PMLavina:..정말 꿈이 아니야? (갑자기 자신이 생각하던 평온한 일상의 모습에 혼란스러워 하는 얼굴로 너를 바라보다 제 뺨을 잡아당긴다)

 

5:26PM张强林:우와악 뭐하는거야! (뺨 잡아당기는 너에 급하게 손 잡는다...) 아프잖아. ...꿈이 아니라니까, 글쎄. 너무 행복한 꿈이라도 꿨어? 나랑 있는게 꿈이었으면 좋겠는거야? (조금 울적한 표정..)

 

5:29PMLavina:..행복한 꿈이 아니라, 도망치고 싶을 정도로 기괴하고 불쾌한 꿈이었어. 그 꿈엔 너도 있었고. (잡힌 손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너를 바라보며 조곤조곤 말했다)

 

5:31PM张强林:나, 나아? (얼빠진 표정으로 멍청하게 되물었다. 내가 뭔가 기괴하고 불쾌할만한 일을 했던... 아, 내 일이 대체로 그랬지. 혼자서 심각하게 고민에 빠지다 명쾌한 표정을 짓다 했다.) 그래서, 아직도 꿈 같아요? (쓰지도 않는 서투른 경어를 써가며 네 말을 듣고 물었다.)

 

5:38PMLavina:응. 네가 나왔어. 평소의 너라면 절대 하지 않을 짓을 하는 너를 봤어. (꿈이나 악몽이 아니라면 절대 일어나지 않을 일만 생겨나는 상황의 중심부에 서 있던 너를 되새겨본다. 만약 지금 이 상황이 꿈이 아니라면 빨리 일어나야 할 텐데. 그 이상한 곳에 너만 두고 도망친 기분이라 기분이 찝찝했다) ..솔직히 아직도 지금 이렇게 너랑 대화하고 있는 이곳이 꿈속인 것 같아. 정말 이상하지? 지금 내가 현실이라 생각하는 그곳이 더 악몽 같은데도 나는 이 평온한 상황이 꿈같이 느껴진다는 게.

 

5:43PM张强林:뭐, 그럴 수 있지. 나도 옛날에는 그랬어. 누가 날 안 쫓아오면 꿈 같고, 일어나보면 이미 붙잡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아무것도 안 먹어서 죽어버린 뒤에 보는 환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고. 근데 그게 하루이틀도 아니고 평생 가니까 차라리 꿈이 안 깼으면 좋겠더라. 나는 솔직히 지금도 꿈 같아. (피식 웃으며 어깨 으쓱했다. 사실 맞는 말이이었다. 나는 너를 만난게 꿈일거라 생각했다. 어쩌면 이 모든게. 백일몽에 화서지몽이라 모든게 가짜일거라는 생각은 아직도 가끔 하니까.) 뭐... 만약 이게 꿈이라고 느껴지면... 그냥 즐겨. 세상은 살기 더럽게 힘드니까 이런 꿈이 있으면 충분히 즐기고 이 기억을 양분삼아서 다시 살아가야지.

 

6:07PMLavina:..생각보다 진지하고 심오한 생각을 하는구나, 너도. (예상외의 답변에 조금 놀란 표정을 짓는다) 그런데 이게 꿈이면, 난.. 조금 싫을 것 같은데. 네 말대로 즐기면 편하겠지만. 그렇게 즐겼다가 정말 꿈이면? 꿈에서 깼을 때 네가 내 곁에 없으면 어떡해? 나는 현실이 나에게 너무나 잔인하고 차가워서 꿈을 통해 내가 행복했었던 기억을 봐. 그래서 나는 지금 이게 정말로 꿈일까 봐 무서워. 이런 일상이 다신 나에게 돌아오지 않을 것 같아서 무섭다고. 나는 너처럼 행복한 꿈을 양분 삼아 살아갈 수 있는 강인한 사람이 아니야. 지금의 나를 봐. 과거의 달콤함에 취해 현실의 나를 보듬는 방법도 잊어버린 채 익사해가잖아. 치앙린, 나는 지금 이 상황이 꿈같지만, 꿈이 아니었으면 좋겠어. (분명 원하는 대로 그 악몽 같던 곳에서 벗어나 평온한 일상을 되찾았는데도 남아있는 이 괴리감과 불안함 때문에 손이 떨려왔다. 만약 너와 마주 보고 있는 이 곳이 꿈속 세상이라면, 내가 예전에 그와 행복했던 기억들을 비디오가 닳고 닳아 망가질 때까지 되풀이 하는 것처럼 이 상황을 계속해서 보기 위해 잠들어있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너무 불안해서 제대로 서 있는 것조차 벅찼다. 너는 어떻게 꿈을 즐기고 이 기억들을 양분 삼아 앞으로 걸어가는 걸까. 나는 그 기억들에 얽매여 하루 하루를 겨우 버티는 게 고작인데)

 

6:18PM张强林:그야 나도 너처럼 적당히 사연 있는 사람이니까. 세상의 어떤 사람이 안 그러겠냐만은. (어깨 으쓱했다.) ...정신 똑바로 차려, 나는 당신이 아니니까 당신이 어떤 꿈을 꿨는지, 그 꿈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행복했는지 몰라. 하지만 나는 당신의 인생이라는 연극의 막 하나를 같이 살고 있어. 안그래? 나는 당신에게 나의 남은 반생을 모두 줬다고. 너의 인생 한조각을 차지하기 위해서. ...젠장, 이렇게 몰아붙이려던건 아니었는데... ...나는 이 모든게 꿈이어도 좋아. 그냥, 그렇게 생각해. 당신이랑 같이 있으니까. 나는 그걸로 충분해. 다른 사람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숨 깊게 내쉬고) 현실은 시궁창에 지금 이 행복한 기억이 전부 꿈이라고 해도, 네가 살아가는 모든 세계선의 나는 너를 배신하지 않아. 네가 날 버리지 않는 이상 나는 너를 떠나지 않으며 네가 나를 질렸다고 할 때 까지 너의 수족이 되어줄 수 있어. 이건 나에 대한 죽음의 맹세이며 절대로 변하지 않아. 유전자에 새겨진 것 같은 거라고.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여기가 만약 꿈이면, 네가 알고 있는 현실의 나는 너를 영원토록 배신하지 않을테니까. 네가 돌아오라고 하면 시간이 조금 걸릴지는 몰라도 최대한 일찍 돌아오려고 할거야. ...부럽네, 그쪽의 나는. 이렇게 네가 열심히 찾기도 하고.

과거의 달콤함에 취해 익사해 간다, 라고... ...그게 하나의 삶의 방법이 되면 안되는거야? 과거의 끈을 놓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게 아니야. ...그게 안된다면 내가 이끌어줄게. 그러니까, 그냥 그 과거를 안고 나아가. 저 앞으로, 빛으로. 그러면 되는거야.

 

6:56PMLavina:(네가 말을 하면 할수록 불안하게 떨리던 눈빛이 평온하게 진정되는 것이 느껴진다. 그와 동시에 안개가 가득 차버려서 저 앞에 그토록 바라온 평범한 일상이 있는지, 혹은 어둡고 축축한 절벽이 있는지 아는 것이 두려워 제자리에 주저앉아만 있던 제 눈앞에 길이 보이기 시작하는 것 같았다. 아, 구원받는다는 말이 이런 뜻이려나. 과거의 꿈에 빠져 익사해가지만 하는 자신을 건져 올려 나아갈 수 없다며 제자리걸음만 하는 나에게 이끌어 주겠다는 말은 이미 나에게 구원이나 다름없는 말이었다. 지금의 너는 나에게 구원의 빛이나 다름없었다. 참으로 우스웠다. 사랑에 데여 죽을 만큼 고통스럽게 살아갔으면서. 이렇게 사는 것보단 죽는 것이, 꿈속에서만 숨을 쉬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던 자신이 이번엔 사랑 때문에 살아갈 자그마한 용기가 생기다니. 이토록 어이가 없을 수가 있을까) ..내 곁을 떠나지 않고, 배신하지 않겠다는 말을 맹세한 걸 너는 후회하게 될 거야. 네가 내 곁에서 무너져 내리고 내가 끔찍하다며 밀어내도 이번엔 절대 놓아주지도 않을 거라고. 그리고.. (입술을 짓이기며 너를 올려다본다. 빛을 받아 붉게 빛나는 동공에는 불안과 집착. 그리고 이유 모를 슬픔으로 가득 차 휘몰아쳤고 떨리는 손을 내밀어 네 손을 잡고 싶었지만, 용기가 없어 주변을 맴돌기만 했다) ..치앙린, 내 남은 인생의 절반을 줄게. 아니 전부를 줄게. 제발 네가 가져줘. 네가 가져서 나와 앞으로 나아가줘. 나와 현실을 살아가줘. 사랑같은 건 바라지도 욕심내지도 않을 테니까. 그저 나와 앞으로 나아가자. 저 앞으로. 내일로. (염치가 없어 도저히 너의 얼굴을 보고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네 가슴께에 이마를 기댄 뒤에 말을 이었다. 나와 살아가 달라고. 겁이 많아 과거에 얽매인 자신을 이끌어 현재를 나아가 달라고. 그와 헤어지고 난 뒤로 내일 같은 건 원하지도 바라지도 않았던 것 같다. 잠을 자다 갑자기 숨이 멎어 죽기만을 바랬지 살아 숨 쉬며 내일을 맞이하는 것은 생명의 저주 같은 거였기에. 그런데 지금은 내일을 소망한다. 네가 내 곁에 있을 내일을 원하고 경험하고 싶어졌다. 단순한 변덕일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의 자신은 당신과 내일로 나아가보고 싶었다)

 

7:17PM张强林:(점점 진정되는 너의 눈빛에 빨라지던 말은 느려지고, 빠르게 두방망이질 치던 심장은 낮게 가라앉아 제 박동을 찾았다. 나의 세상, 나의 구원, 나의 삶. 뮤지컬이나 연극, 영화 따위에나 어울리는 수식어들이었지만 나에게 있어 너는 가상의 존재, 신과도 같은 존재였다. 당신만이 나를 소유하고 당신만이 나를 인간으로 만든다. 어쩌면 나는 네가 없으면 안될지도 몰랐다. 하지만 이런 생각을 입 밖으로 내기에는 아직 나에게도 감정이라는 것이 남아있었으므로 감히 내뱉지는 못했다. 집착이라며 버려지는것이 두려웠다. 나는 언제나 너에게 버려질 준비가 되어있는 인형, 물건이어야만 했다. 하지만 어째서 그 눈, 너의 그 붉은 눈을 보면 욕심을 내게 되는지 몰랐다. 그저 마음 속으로 존재조차 모르는 신을 찾으며 저 사람이 나를 더 오래동안 소유하길 원하는 것을 기도할 수 밖에 없었다.) 후회하지 않아. 만약 그걸 후회하는 날이 오면 그건 네 탓이 아니라 나의 탓일테니. 내가 이 맹세를 후회하는 날은 내가 너를 지키지 못했거나, 내가 나를 제대로 간수하지 못해 너에게 감정의 파동을 일으켰거나. 둘 중에 하나겠지. 나는 당신이 끔찍하다며 밀어내지도 않을 것이고 날 붙잡아 옭아매면 더 기뻐할 놈이야. 그러니 마음껏 해도 좋아. 그리고, 당신을 구하고, 나를 구원해. ....아니야, 나는 됐어. 그냥 너를 구해. 나는 그거면 족하니까. (빛나는 동공에 새겨진, 깊은 심연에서 일렁이는 감정들을 기껍게 읽어내며 주위를 맴도는 손을 잡아 올렸다. 너에게 단단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의지할 기둥이 없으면 나라도 잡고 일어나 발판으로 삼고 걸어 나아가 주었으면 했다.) ...뭐, 라고.. (저에게 있어서 인생을 저당하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 사람은 알까. 나에게 있어 소유욕을 이끌어 낸 네가, 자신의 인생을 가져가라며 손에 쥐어주는 것이 나에게는 어떤 뜻인지 알고 있을까.) ...나에게 맡겨서 뭐하려고. 나는 네 물건일 뿐인데... 재미도 없을거고 득도 없을텐데, 그래도 정말 맡길거야? 나와 함께 내일을 볼거야..? (답지 않게 목소리가 떨렸다. 네가 어땠는지 알기에 입을 뗄 수 없었다. 너에게 있어 내일의 기약은 저주와도 같았음을 내가 옆에서 보아왔기 때문에, 그 모든것을 피부로 느껴왔기 때문에 말도 안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문득 두려워졌다. 이 모든 것이 꿈일까봐.) 하, 하하... 꿈일까봐 두렵다는게... 이런거였구나. ...제발 이 모든게 현실이었으면 좋겠다. 이 모든 순간, 말 하나까지도... 잃고싶지 않아. 기억하고싶어... (하늘을 올려다 본다. 거칠한 손으로 얼굴을 덮고 중얼거렸다.)

 

7:42PMLavina:그러면 앞으로 내 곁에 남게 된 걸 절대 후회하지 마. 네가 지금 나에게 한 맹세를 평생 가슴에 새기고 살아. ...너를 구원하는 건, 노력해볼게. 그러니 기다려. 네가 나에게 해준 것처럼, 내가 너를 구원해서 나랑 같이 평범한 사람처럼 살게 만들어줄 테니까. (어디서 나온 자신감인지 물어본다면 대답하지 못할 게 뻔했다. 말을 한 장본인인 자신마저 모르니까. 거짓말이나 허울 좋은 말이라 해도 어쩔 수 없었다. 맞는 말이니까. 하지만 제 보잘것없는 손을 단단히 잡아주는 네 손길에 내가 대책없이 내뱉은 말이 현실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증명해 보이고 싶었다. 이건 아마도 너와 내일을 살아가면서 내가 넘어야 할 시련 같은 거겠지. 나는 이 시련을 받아들이고 널 구원해 보이겠다고 맞잡은 이 손에 맹세했다) ..나는 널 내 물건으로 취급 하고 싶지 않아. 굳이 따지자면 나는 네가 내 물건이 아닌 내 사람이었으면 좋겠는데. 나와 동등하게 살아가는 사람. 네가 물건으로 남겠다면 말리진 않겠지만, 그래도 사람인 편이 즐기기 쉽잖아? (충분히 즐기고 그 기억을 양분 삼아 살아가야 한다는 네 말이 생각나 웃음이 나왔다. 네 말을 이렇게 빨리 돌려주게 될 줄은 몰랐는데) 응, 너에게 내 남은 인생의 전부를 줄게. 된다면 다음생도 네 손에 쥐여줄 수 있어. 그러니 내 남은 인생의 전부를 네 손 안에서 네 맘대로 굴리고, 갖고 놀아. 버리지만 않으면 무슨 짓을 해도 너라면 괜찮아. (당신이 지금까지 봤을 자신의 그어떤 웃음과 미소들 중에서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기쁘고 벅차 보이는 듯한 미소가 차가웠던 얼굴에 덧씌워져 갔다) ..치앙린, 네가 내 귀걸이를 빼줄래? 그리고 네가 이 귀걸이를 가지고 있는 거야. 꿈이 아니라면 이 귀걸이가 언제나 네 손에 들려있겠지. 그러면 넌 원하지 않아도 이 모는 게 현실이고 내 앞으로의 인생이 네 손에 들려있다는 걸 느끼게 될 거야. 그러니, 네가 빼서 가지고 있어 줘.

 

8:00PM张强林:...그래. 내가 너에게 거역할 수 있을리가 없지. 맹세할게. 나는 이 맹세를, 내가 윤회하는 모든 생의 나에게 새길것을 명합니다. (네 말에 웃음이 흘러나왔다. 이렇게 태평하게 웃을 수 있는게 얼마만인지. 나의 맹세는 꽤나 간단한 것이었다. 너를 떠나고, 배신하지 않으리라는 것. 이렇게 쉬운 죽음의 맹세가 어디에 있을까. 아마도 나는 정말, 네가 없으면 살지 못할지도 모르겠더라.) 좋은 사람이네, 나를 구원해준다는 말도 해주고 말이야. ...기다리고 있을게. 여기, 이 공원, 너의 집, 네가 있을 모든 곳에서. 기다릴테니까... 와줘. 그 꿈을 벗어던지고 나에게로 오면, 그게 나에게 있어서 가장 큰 구원일테니. 나 기다리는거 잘 하잖아. 오라고 하면 잘 온다고 했고. 그러니까... 꼭 와줘야 해. 알겠지? (미소가 지어졌다. 가슴이 쿡, 하고 찔리는 것 처럼 아픈 미소였다. 네가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을 미어터지도록 눌러담아 놈은 미소지었다.) ...너는 나에게 이렇게 말해주는 유일한 사람이라는거 알아? ...사람이 되는건... 노력해볼게. 쉽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지금 비슷하게 흉내는 잘 내고 있지? (어깨를 으쓱하며 웃었다.) 그래, 삶... 나에게 처음으로 들어온 소유물이네. 너무 커서 잡을 수는 없지만 말이야. 등가 교환이네. 내가 나의 삶을 바치고, 나는 너의 삶을 나와 함께 살 수 있게 해 주는거지. 꽤 멋지잖아? (너의 벅차오르는, 처음으로 바라보는 표정을 보며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나에게 있어서 가장 큰 행복을 꼽으라면 바로 이 순간이리라.) ...귀걸이를? (눈 깜빡..) ...좋아. 빼 줄게. 대신에, 꼭 보러 와줘야 해. 귀걸이랑 같이 날 버리고 가지는 말라고. (괜히 장난스러운 말투로 말했다. 그리고는 조심히, 네 귓가로 손을 가져가 붉은 술을 빼낸다. 꼭 칼에 다는 장식과 닮았다 생각했다. 잘 어울리네. 나라는 칼에, 주인인 네가 달아주는 붉은 술. 전장에서 나부낀다면 꽤나 봐줄만하다고 생각했다. 귀찮다며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제 귀에 따끔하게 구멍을 뚫어 네 장식을 단다.)

 

8:33PMLavina:(네가 내뱉는 맹세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나를 고양되게 만들었다. 그간 텅 비어있던 마음이 만족감으로 가득 차오르는 이 기분이 자꾸 나를 위로 올렸다. 내 곁을 떠나지 않고 배신하지 않는 것. 이토록 내가 너에게 원하는 조건이 있을까) 좋은.. 사람이라. 좋은 사람은 너를 말하는 거겠지. (좋은 사람은 구원을 받고 나서야 네 구원을 바라는 내가 아닌 나를 아무 이유 없이 사랑해주고 구원해준 너를 위한 말이었다. 그런 너의 마음이 너무나 어여뻐 살포시 웃음이 피어올랐다) 그래, 네가 내 곁에만 있다면 나를 기다려주는 너에게 구원을 안겨줄게. (너에게 구원을 안겨다 줄 날이 언제 올지는 나 자신도 모르지만, 직감적으로 알았다. 그날이 언젠가는 꼭 올 것이라는 것을. 그렇게 너를 바라보고 있으면 너는 눈이 시리도록 밝게 미소 지었다. 너와 마주 보고 있을 내 얼굴에도 너와 같은 미소가 지어지길 바랐다) 내가 너에게 유일하다는 말, 생각했던 것보다 더 기쁘네. ...그게 다 흉내 내는 거였어? 그런 거라면 지금도 충분히 잘 하고 있어. 너라면 뭐든 할 수 있겠지. 사람처럼, 인간처럼 살아가는 것도 가능할 거야. 나도 하고 있는 거잖아. 그러니 너도 할 수 있어. (고개를 끄덕이며 너에 대한 믿음과 확신이 찬 말투로 조곤조곤하게 말했다) 응, 등가교환이라는 거지. 네 인생과 내 인생을 맞바꾼 동등한 교환. 이렇게 말하니까 참 거창하네.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나는 내 곁에서 떠날 생각하지 말라고 욕심을 부리고 집착을 한 것인데도 이리 낭만적인 결과물이 나올 줄이야) 내 물건과 인생을 너에게 넘겨준 채로 버릴 생각은 없어. 네가 이 모든 것이 꿈이 아닌 현실이라고 믿을 때, 그 귀걸이를 잘 지니고 있는지 확인하러 갈 거니까 난 너를 버리지 않을 거야. (제 귓가로 손이 다가오는 것을 가만히 보다 눈을 살포시 감았다. 이윽고 제 귓가에 귀걸이가 빠져나가는 것이 느껴졌고 이제서야 그녀는 과거에서 벗어났다. 이 사실만으로도 감정이 흘러넘쳐 눈가가 뜨거워졌다. 자신은 평생 사랑에 배신 당해 남겨진 깊은 호숫가 속에서 평생을 허우적거리다 익사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제는 살아있음을 온 몸으로 느끼며 살아갈 일만 남았다. 그리 생각하니 벅차올라 눈물이 흘렀다. 나는 너에게 내 남은 인생 전부를 주었다 얘기했지만, 알고 보면 네가 나에게 내 남은 인생을 돌려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8:48PM张强林:어라, 나 좋은 사람이야? 성공했네, 이런 말도 들어보고. 매번 욕지거리나 듣기 바빴는데. ...정말... 이제는 나, 너 없으면 못살아. 안되겠어. (허리를 굽히고 네 어깨에 얼굴을 묻은채 어린애들처럼 투정을 부렸다. 웅얼거리자 높이 묶었던 머리카락이 어깨 너머로 흘러내려와 목을 간지럽혔다. 이렇게나 진짜 같은걸, 꿈은 아니겠지. 밀려오는 불안과 초조함에 주먹을 조금 더 세게 쥐었다.) ...언제 또 이렇게 단단해졌다. 이제는 나보다 더 튼튼한 뿌리가 나 있겠는데. 명심해. 내가 하는 말을 꼭 기억해줘. 너는 이 마음을 가지고, 작게 뿌리내린 이 마음을 가지고 앞으로 나아가. 과거를 거름삼아 내일로 향해 나아가는거야. 너는 할 수 있잖아. 나는 다 알고 있어. 그러니까... 그게 하나의 살아가는 방법이라고 생각해. 사람은 다 다르게 살아가잖아. 나처럼 사는 것도 인간이라고 버젓이 서 있는데, 네가 사는게 뭐 어때서. 그러니까, 잊으라고는 하지 않아. 완전히 놓아버리라고도 하지 않아. 가끔은 그리워 해. 나도 그럴테니까. 대신에, 그 그리움을 놓아줄 줄만 알면 되는거야. (네 어깨를 붙잡고 말을 이어나갔다. 곧 떠날 사람인 것 처럼, 절박하게.) ...응, 나도 제대로... 사람답게 살 테니까. ...거창하긴 뭘. 인생을 주겠다는데 거창하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한거지. 그래, 꼭 와서 확인해. 귀를 만져보고, 내 귀를 보고. 나도 소중하게 대할테니까. 이쪽 귀는 이제 다치지도 못하겠네. (피식, 웃음이 새었다.) ...너는 기억하겠지, 나를. 이 대화를. 전부 다. 꼭... 기억해줘야 해. 내가 기억하지 못하면 아는건 너뿐일테니까...

 

그리고,

 

 

퍽. 　　

 

누군가 당신과 치앙린을 밀칩니다.

 

도무지 인간의 힘이라고 느껴지지 않을만큼 무겁고 단단한 힘입니다.

 

화를 낼 새도 없었습니다.

 

디디고 있던 바닥이 꺼지고,

 

두 사람은 끝없는 허공으로 추락합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은,

 

아무도 없는 시커먼 우주 속에 둘만이 남은 것 같은 공포감마저 들게했던가요.

 

...

 

두 사람을 둘러싼 어둠은 점점 줄어들어 이윽고 하나의 형태가 됩니다.

 

.

 

.

 

.

 

어둠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금붕어의 눈이었습니다.

 

당신의 앞에는 새까맣고 공허한 눈동자로 당신을 들여다보는 금붕어가 있습니다.

 

심연처럼 어두운 눈동자는 마치 거울과도 같아서,

 

당신의 얼굴, 표정, 몸짓.

 

모든 것이 고스란히 비쳐 보입니다.

 

멍한 검정 일색의 동공에 비춰진 당신은,

 

기쁨, 불안, 초조, 슬픔...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을 담고 있었지만,

 

분명한 것은 당신이 웃고 있었다는 겁니다.

 

금붕어를 향해 손을 뻗습니다.

 

금방이라도 닿을 수 있을 것 같은 거리인데,

 

어째서인지 몸이 무겁습니다.

 

누군가 당신을 붙잡고 있어요.

 

고개를 돌리면

 

그곳에는…

 

 

... 치앙린이 있었습니다. 　　

 

당신이 날아가지 못하게 몸을 잡고있어요.

 

그가 서있는 바닥에는 생전 처음 보는 언어들이 적혀있습니다.

 

몸이 점점 아래를 향해 가라앉습니다.

 

...이곳은 네가 있을 곳이 아냐.

 

가, 가서 너를 구하고, 나를 구원해...

 

이 모든 것을 기억해줘....

 

 

일어나, 누나... 　　

 

...

 

.

 

.

 

.

 

당신은 기나긴 꿈에서 눈을 뜹니다.

 

어떤 꿈인지 기억이 나지 않지,

 

아니.

 

이번에는 확실하게 꿈의 내용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을 기억해,

 

일어나, 누나...

 

귓가에서 그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

 

온 몸이 식은땀에 절어있고,

 

잠에서 깨어난 몸에서는 한기마저 느껴집니다.

 

꽤 오랜 시간 잠에 들었던 것 같은데 창 밖은 여전히 아침입니다.

 

...

 

그래요.

 

이곳은 확실히 이상합니다.

 

창 밖에 금붕어가 헤엄치거나,

 

날고기를 식사로 먹는다던가,

 

새장에 이상한 생명체가 기어다니는 광경은...

 

일반적으로 집에서 볼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어떻게 여태까지 이 모든 것을 평범하다고 느끼면서 살아갈 수 있었던걸까요.

 

치앙린은 어째서…

 

….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침대 옆 의자에 앉아 조용히 졸고 있는 그가 보입니다.

 

웬일로 그가 잠에 든걸까요.

 

...

 

당신이 일어나면 그는 인기척에 부스스 눈을 뜹니다.

 

뜨여지는 금빛 눈동자가 어둠 속에서 탁한 빛을 발합니다.

 

8:55PM张强林:.......깼어?

일어날 때 까지 기다리려다가 졸았나봐.

별 일 없었지?

 

악몽을 꾸고 식은땀을 흘리고 있는 당신과는 대조되게 그의 표정은 마냥 평온하기 그지없습니다.

 

이 모든 상황이 한가로운 일상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8:57PMLavina:...별 일. 별일은 있었지. (역시나 그건 꿈이었나? 위로 올라가다 단숨에 바닥으로 처박히는 기분을 느끼며 비소를 지었다)

 

8:58PM张强林:무슨 별 일 이었길래 또 그래. 아까 내 방으로 오려다가 쓰러져서 얼마나 놀랬는지 몰라... (입을 조금 별려 하품을 하고는 그렇게 말했다.)

 

9:00PMLavina:그냥, 행복한 꿈을 꿨어. 내일도 살고 싶어질 정도로. (내가 현실에서 행복해질 일은 없는 걸까. 나의 행복은 꿈속에서만 허용된 감정인 걸까, 생각하며 허공을 바라봤다) 아까는 놀라게 해서 미안.

 

그렇게 말하는 당신은 왼쪽 귓가가 유난히 허전하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9:04PMLavina:..? (왜 허전하지..? 그건 분명.. 꿈이었을 텐데. 왜.. 허전한 제 왼쪽 귓가를 매만진다)

 

만져보면... 귀걸이의 걸이는 귀에 남아있는데도 불구하고 술만 누군가 떼어간 것 처럼 남아있어요.

 

어딘가에 떨어트리기라도 한 것일까요.

 

9:06PMLavina: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20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꿈, 그래요. 아까 당신이 꾼 꿈이 기억납니다.

 

분명 그는 귀걸이를 가지고 갔어요.

 

그의 귀를 빤히 바라보고 있으면,

 

그가 제 손을 들어올려 귓가를 만지작거리며 고개를 갸웃거립니다.

 

손목에 달려있는, 평소와 같은 검은 염주에는...

 

작은 장식처럼, 당신의 귀걸이와 같은 모양의 장식술이 매달려 있습니다.

 

9:10PMLavina:..치앙린, 그 장식술. 내가 너한테 준 거야?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물어본다. 그게 꿈이 아닐 수도 있다는 기대에 심장이 쿵, 쿵 요동쳤다)

 

9:11PM张强林:아, 이거? ... ....그랬, 던 것 같아...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어딘가 익숙해. (장식술을 보자 밀려오는 두통과 어지러움에 미간을 찡그리다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9:12PMLavina:네가 나한테 했던 맹세는.. 기억해? (너에게 한 걸음 다가가며 물었다)

 

9:15PM张强林:뭐, ....어떤 맹세..? 아니, ...나는 이 맹세를... 내가 윤회하는, 모든 생의 나에게, 새길것을 명합니다... 아니야, 모르겠어... 아파...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어린 아이가 된 것 같았다. 철은 두드릴 수록 단단해지고 칼은 갈 수록 예리해진다, 도망가, 달려. 나는 나의 모든 생에게 맹세합니다... 현실과 꿈이 뒤섞였다. 모든 소리가, 머리속의 말이 전부 증폭되어 들리는 것 같았다.)

 

9:21PMLavina:치앙린, 장치앙린! 나를 봐.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나는 너의 손을 다급하게 잡고 애절하게 느껴질 정도로 네 이름을 부르며 바라본다) 나는 너에게 구원을 안겨주겠다고 다짐했어. 그리고 너는 그걸 기다리겠다고 나한테 고했어. 그러니까 가지 마.. 제발..

 

9:24PM张强林:누나, 나 좀 구해줘. 살려줘... 여기 이상해.... (네 눈을 바라보는 동공이 흔들렸다. 상상과 현실, 꿈과 바램이 어지러이 섞여 아무것도 구분할 수 없었다. 몸이 앞으로 굽어 고개를 들고 너를 올려다 보았다.) 나를, 구원해..? 아니야, 그런건 없어... 구원은 없어... 내가 얼마나 기다렸는데... 구원은, 그런건 없었어... 누나, 살려줘...

 

9:27PMLavina:(당장이라도 너를 구하고, 살리고 싶지만, 도대체 무엇을 해야 네가 나에게 해준 것처럼 너를 구원해줄 수 있는지 도무지 모르겠다. 이 상황이 너무나 답답하고 마음이 아파와 눈물이 눈에 고이고 떨어진다. 나는 이토록 힘이 없기에 고통에 몸부림치는 너를 그저 안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아니야, 구원은 있어. 네가 나한테 구원인데 구원이 없을 리가 없잖아. 응? 치앙린.. 오래 기다리게 만들어서 미안해. 내가, 내가 많이.. 늦었지..?

 

9:31PM张强林:아니야, 누나, 울지마, 내가 미안해... 기다려? 아니야... 나 오래 안 기다렸어, 누나... 나 잘했어? 아니야... 누나, 내가 잘못했어... 내가 안 기다리고 먼저 가버렸어, 내가... 내가 기다리겠다고 했는데, 그런데도 내가 먼저 갔어...

 

두서없이 무언가를 중얼거리는 그의 얼굴이 창백합니다.

 

곧 죽을 사람인 것 처럼 행동하는 그의 몸에서 점점 힘이 빠져갑니다.

 

무너지는 몸이 당신에게 잠깐 기대어졌다,

 

풀썩,

 

하고 바닥으로 쓰러집니다.

 

왜 이러는걸까요.

 

마치 악몽을 꾼 사람처럼...

 

그가 자주 쓰는 방이나 서재에 어쩌면 단서가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9:34PMLavina:..치앙린, 잠깐만 다녀올게. 정말이야. 오래 기다리게 하지 않을게. (쓰러지는 네 모습에 놀라 얼굴에서 핏기가 싹 가셨다. 이윽고 눈물이 흐르는 눈가를 거칠게 닦아내곤 이 상황에서 너를 구제할 단서를 찾으러 네 방으로 향했다)

 

그의 방은 가까웠습니다.

 

문고리를 열자 풍겨오는 향 냄새와 탄내, 종이와 잉크냄새가 한데 뭉쳐 당신을 덮습니다.

 

그의 몸에서 심심치 않게 맡을 수 있던 향의 근원입니다.

 

내부는 불이 꺼져 어둡습니다.

 

창문은 거대한 커튼으로 가려져 있고,

 

구조 자체는 당신의 방과 비슷해보이지만,

 

전에 몇 번 보았던 그의 사무실이 생각납니다.

 

 

벽에 무언가 그려진 캔버스들로 빼곡하게 채워놨습니디. 　　

 

 

침대와 협탁도 보이지만 청소를 제대로 하지 않은건지 종이들이 올려져있고, 　　

 

 

바닥도 엉망진창입니다. 　　

 

 

한 눈에 봐도 난장판인 방입니다. 　　

 

9:40PMLavina:(제일 먼저 눈에 띈 벽을 빼곡하게 채우는 캔버스부터 확인한다)

 

그의 사무실에 있던 것과 같은 거대한 판에는,

 

메모지 여럿이 박혀 알 수 없는 타인에 대한 정보를 그려내고 있었습니다.

 

벽에 걸린 캔버스의 화폭에는...

 

엉망진창으로 그려진 그림이 보이네요.

 

도대체 그는 무엇을 묘사하려고 한 것일까요.

 

9:42PMLavina: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21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아주 오래 전에 그린 그림인듯,

 

빛바랜 그림 하나가 눈에 띕니다.

 

정확히 알아보기는 힘들지만 이목구비가 있는 것으로 보아,

 

어떤 사람을 그린 것 같은 그림입니다.

 

...

 

붓으로 그린 것 같은 그 그림을 보고 있으면,

 

방문 쪽에서 인기척이 납니다.

 

9:44PM张强林:어... 아까는 미안. 놀랐지. 최근에 잠을 제대로 못 잤더니 몸 상태가 말이 아니었나봐. ...나 뭔가 이상한 짓을 하지는 않았지..?

 

9:46PMLavina:너, 너 이젠 괜찮아? (제대로 서 있는 네 모습을 보자 거의 뛰다시피 너에게 다가가 걱정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바라보며 걱정했다) 이상한 짓.. 응, 그런 짓은 하지 않았어.

 

9:47PM张强林:응, 괜찮아... 걱정한거야? (뛰다시피 저에게 오는 너를 보며 웃었다. 희게 질린 얼굴은 여전하지만 표정은 평소와 같았다.) 다행이네. 내 방 구경하고 있었던거야? 요즘에 제대로 치우질 못해서 더러운데... 뭘 보고 있었어?

 

9:49PMLavina:..네 생각보다 더 걱정했어. (평소처럼 웃는 모습에 희안하게 안심이 되면서도 불안해져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냥.. 이 그림들을 보고 있었어. ...누굴 그린 건지 물어봐도 돼?

 

9:53PM张强林:아, 그 그림은... ...나도, 잘 모르겠어... 내 방인데 모르는 것 투성이야... ...그냥 언젠가 봤던 사람을 그린거겠지. 내가 그렸던가? 기억이 안나...

 

9:54PMLavina:..정말 기억이 나지 않아? 누구였는지 짐작조차 안 되는 거야?

 

9:55PM张强林:응, 모르겠어... 내가 그린게 아냐... 이건... 잘 모르겠어.

 

9:56PMLavina:그렇..구나. 알겠어. (수긍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물어보기엔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방 구경해도 돼?

 

10:03PM张强林:(갸웃..) 안 물어봐도 돼. 구경이 뭐야, 위험한 것만 아니면 물건도 가지고 가도 괜찮아.

 

10:04PMLavina:그래, 너라면 그렇게 대답할 줄 알았어. (피식 웃고는 어지럽혀진 침대를 살펴본다)

 

그의 체취가 묻어나는 침대입니다.

 

발치에서 굴러다니는 향의 냄새가 짙게 납니다.

 

푹신한 침대 위에는 종이가 어지러이 늘어져 있습니다.

 

생전 처음 보는 언어로 쓰여진 글자들이 어지러이 나열되어 있네요.

 

광둥어, 북경어, 영어, 그리고 알 수 없는 언어로 쓰여진 글씨는...

 

굉장한 악필입니다.

 

10:06PMLavina:...치앙린. 이건 읽을 수 있어? (악필이라 알아보기 어려운 글씨가 가득한 종이를 들어 보여주며 네게 물어본다)

 

10:07PM张强林:...이게... 무슨 글씨야? (미간 찡글..) 글씨체는 내 글씨 같은데, 처음 보는 내용이네.

중국어나 영어로 써 있는건... ...이게 무슨 소리야. ...요.. 구... 스토..? 으, 무슨 소린지 진짜 모르겠다. 그리고 다른 저건 아예 읽을수도 없네.

 

10:10PMLavina:네 방에 있는 것들인데도 다 모르네. 아, 너를 탓하는 건 아니야. (읽을 수 있는 종이가 더 남아있나하고 침대 옆 협탁에 다가가 확인한다)

 

협탁에는 무언가 쓰여진 종이들이 난잡하게 정리되지 않은 채 올려져 있습니다.

 

치앙린이 쓴 것처럼 보이지만 글자를 읽기 어려울 정도로 굉장한 악필입니다.

 

10:12PMLavina: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57
판정결과:	보통 성공

 

그나마 읽을 수 있는 필체로 적혀져 있는 종이 몇 장을 발견합니다.

 

두서없이 북경어로 적힌 쪽지입니다. 중간중간 영어가 섞여있어요.

 

마치, 당신에게 말하는 것만 같아요.

 

...

 

오늘도 창 밖에는 거대한 금붕어가 헤엄치고 있다. 오래 보고 있으면 정신이 이상해질 것 같아서 종이로 창문을 가렸다. 누나는 이미 미쳐버린 것 같지만 여기서 나까지 정신을 놓으면 안돼. 어떻게든 이곳을 탈출해야만 해. 우리를 이곳에 떨어뜨린 사람을 기억해야돼.

 

먹고 싶지는 않았지만 배가 고파서 냉장고에 있던 출처 모를 날고기를 먹었다. 끔찍하게 기분이 나빴다. 누나는 이 상황에 완벽하게 적응한 것처럼 보인다. 탈출할 방법은 보이지 않고 점점 내가 나 자신이 아니게 되는 기분이다.

 

새장 안에 무언가가 등으로 기어다니고있어 보고싶지 않아 누나, 라비나 왜 그게 귀엽다고 하는 거야 제발 정신 차려줘 그게 정말 카나리아처럼 보이는 거 야 ?

 

주문을썼다. 하지만 누나는 달라지지 않았어 뭐가잘못된거야 머리가아파 살려줘 구원은 어디에있어 누나

 

싫어누나어째서그런눈으로나를보고있는거야이상한건내가아니라누나야아니야미안해얼굴이이상해서거울을깨뜨려버렸어미안해하지만거울속에비춘건내가아닌데소란스러웠지욕실더러워졌어파편은내가청소할테니까미안해죄송합니다잘못했어요조용히할게요아버지죄송합니다누나내가미안해내가다설명할게

 

포기하면 이토록 편한 것을. 왜 나는 그동안 무의미한 발버둥을 쳤을까.

 

...

 

10:19PMLavina:(글을 읽어내려갈수록 얼굴이 경악에 물들고 눈동자와 손끝이 떨려온다. 네 이상했던 행동들을 자신이 먼저 똑같이 했을 줄은 몰랐고, 홀로 구원만을 기다렸을 너를 생각하자.. ... ..머리가 아프다) ..치앙린, 이거. 네가 쓴.. 거야? (떨리는 목소리로 너를 물어본다)

 

10:20PM张强林:나도... 몰라. 이게 뭐야..? 나 미쳤어? 지금 내가 이상한거야..? 그치, 그런거지..? 지금 내가 이상한거지... 저건 내가 아니야, 아니야... 저게 나고 이게 내가 아니야...

 

10:23PMLavina:..아니야, 이것도 너고. 저것도 너야. 네가 미쳤든 안 미쳤든 너는 너일 뿐이야. (혼란스러워 보이는 네 고개를 잡고 눈을 맞춘다. 그리곤 조용히 속삭였다. 너는 그냥 너라고)

 

10:25PM张强林:....나, 저건... 나도 모르겠어. 내가 쓴게 아니야... 기억이 안나... 누나, 저게 뭐야..? (두서없이 말을 내뱉다 네 눈을 보고 공포에 확장되어있던 동공이 서서히 돌아왔다.) ...미안해, 놀랐지. ...고마워.

 

10:29PMLavina:괜찮아. 다 괜찮아질 거야. 모르겠으면 몰라도 돼. 별로 중요한 내용이 아니었을 거야. (진정하라는 듯이 네 눈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로 너의 뺨을 조심스럽고 부드럽게 쓸었다) 미안해하지 마. 난 괜찮으니까. (옅게 웃음 짓고는 엉망진창인 바닥을 살펴본다. 분명 단서가 더 있을 텐데)

 

희게 질린 얼굴인 그가 협탁의 종이를 다시 읽어보는 동안,

 

당신은 발치를 내려다 봅니다.

 

복잡한 신수가 용솟음치는 향로가 굴러다니고, 정리되지 않은 종이와 색색의 물감들이 가득하네요.

 

바닥에는 먹으로 쓴 것 처럼,

 

심연에 관하여, 라는 글자가 쓰여 있습니다.

 

10:34PMLavina:(왜 이런 걸 썼을까.. 의아함을 뒤로 한 채 창문을 살펴보기 위해 창문으로 다가간다. 분명 창문을 종이로 가려뒀다고 쓰여 있었는데..)

 

창문에 드리워진 커튼을 걷어내면,

 

유리에 종이가 붙여져 있는 창문이 보입니다.

 

종이로 가려져서 창 밖 풍경은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종이를 떼어낸다면...

 

당신의 방과 마찬가지로 거대한 금붕어가 헤엄치고 있는 광경을 봅니다.

 

10:37PMLavina:..저 금붕어는 볼 때마다 불쾌하네. (금붕어를 보자 얼굴을 구기곤 서재로 향했다) ..아, 치앙린. 네 서재도 좀 구경할게.

 

10:38PM张强林:어, 아... 같이 가, 누나. (제가 들고 있던 책을 침대 위에 내려놓고 너를 따라갔다.)

 

10:39PMLavina:그래, 같이 가자. (같이 가자는 말에 잠시 발을 멈춰 너를 기다렸다 같이 서재로 향했다)

 

둘이 함께 서재로 발걸음을 향해 문고리를 돌리면,

 

굳게 닫힌 문을 열면 낡은 종이 냄새를 풍깁니다.

 

책상과 책장이 보이는 서재에 들어서면 속이 울렁거리고 머리가 깨질 것처럼 두통이 몰려옵니다.

 

보이는 것은 책상과 책장이네요.

 

10:41PMLavina:..하아. 여긴 도대체 뭐가 있길래 이래. (깨질 것 같은 두통에 저절로 인상이 구겨졌지만 여기서 빠져나갈 단서를 찾기 위해 책상으로 다가가 단서가 될 만한 것을 찾는다)

 

책상 위에는 아무 것도 쓰여지지 않은 흰 종이더미와 필기구가 놓여져있습니다.

 

그의 방에 있는 종이와 필기구도 이곳에서 가져온 것 같아보입니다.

 

책상 구석에는 표지가 없는 검은색 표지의 책 한 권이 놓여져 있습니다.

 

10:42PMLavina:..무슨 책이지. (표지도 없이 검은 책의 모습이 너무나 수상해 펼쳐본다)

 

<로어 괴담 모음집.>

 

내지에 쓰여있는 제목입니다.

 

어디선가 들어본 괴담도, 처음보는 괴담도 보입니다.

 

페이지를 넘기면...

 

'거울은 세계와 세계를 잇는 통로라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가끔 낯설어보이기도 하는 것이다.'

 

라는 로어에 붉은색 펜으로 밑줄이 그어져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10:45PMLavina:..거울? 통로? (고개를 갸웃했다. 만약 거울이 세계와 세계를 잇는 통로라면... 그 통로는 이미 깨져버렸는데..) 다른 방도는 없으려나.. (책장에 또 다른 단서가 있을까 싶어 책장을 살펴본다)

 

책장을 빼곡하게 메우고 있는 책 대부분은 외국어처럼

 

 

이 세상의 언어가 아닌 것처럼 보이는 글자로 적혀있습니다. 　　

 

10:46PMLavina:

자료조사

기준치:	60/30/12
굴림:	54
판정결과:	보통 성공

 

표지에 적힌 제목조차 읽기 힘든 책들 중에서,

 

<심연에 관하여> 라고 적혀있는 책을 발견합니다.

 

10:47PMLavina:이건 아까 바닥에 쓰여 있던.. (눈에 띈 책을 꺼내 들곤 책을 펼쳐본다)

 

책의 첫 장에는,

 

'당신이 심연을 들여다보면 심연 또한 당신을 들여다 볼 것이다. 그러니 미지를 파헤치려는 자여, 깨달음의 대가를 감당해라.'

 

라는 글귀가 쓰여져 있습니다.

 

그리고 라비나가 책을 꺼내면,

 

드드득, 하는 날카로운 소음과 함께 책장이 옆으로 밀려나며 아래로 향하는 계단이 그 모습을 드러냅니다.

 

10:50PMLavina:....내가 잘못한 건 아니지? (아래로 향하는 계단을 놀란 눈으로 응시하다 계단을 가리키며 너에게 물어본다..)

 

10:50PM张强林:(이게 뭐야....... 하면서 멍청하게 입 딱 벌리고 서 있다...)

 

10:52PMLavina:..같이 내려가. (솔직히 비밀의 계단을 혼자 내려가기엔 무서워서 너에게 딱 붙은 뒤 팔짱을 끼곤 같이 내려가자고 한다)

 

10:53PM张强林:응... (여전히 입 딱 벌리고... 네 발걸음에 맞춰서 걷는다.) 내려가면... 이상한게 있을까?

 

10:54PMLavina:아무래도.. 이상한 게 있겠지..? (무려 비밀의 계단인데.. 영화 속에서만 나오는 그런 요소인데..)

 

10:55PM张强林:무섭다... 내가 본 지하실은 이 밑으로 내려가면 동굴처럼 생긴... 뻥 뚫린 공터같은 공간이었는데. (죽도록 맞았지.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중얼거렸다.)

 

10:56PMLavina:..뭘 어떻게 맞아? (중얼거린 내용이 그냥 넘길 수 없을 만큼 충격적이라 경악한 눈빛으로 너를 올려다본다)

 

10:57PM张强林:엉? (눈 깜빡...) 아니, 이 밑으로 내려가면 뻥 뚫린 공간이 있고, 저기 위에서 아버지가 내려오고, 나는 사형, 사제들이랑 같이 훈련을 하고... 그러다가 잘못하면 엄청 맞았어. (왜? 하고 되물었다.)

 

10:59PMLavina:..그건 나중에 여길 빠져나가면 얘기하는 걸로 하자. (방금 도대체 뭘 들었나 의구심이 들 정도로 충격적인 내용을 애써 무시하며 저 아래에는 무엇이 있을지에 대해 생각해본다)

 

11:00PM张强林:으응... (여전히 잘 모르겠다는 얼굴로... 지하실 계단을 내려갔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새까만 어둠 속에서,

 

당신과 그는 한 걸음 한 걸음 아래를 향해 발을 내딛습니다.

 

끝이 없을 것 같던 시간이 지나고,

 

 

도착한 지하실은 불을 켜지 않았음에도 내부가 훤히 보일 정도로 밝습니다. 　　

 

오랜 시간동안 열리지 않았는지 공기가 답답하고 퀘퀘한 먼지 냄새가 납니다.

 

텅 빈 지하실에는 오로지 전신 거울 하나만이 자리하고 있을 뿐입니다.

 

11:05PMLavina:거울이다. (정말 거울이 이토록 반가웠던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거울이 반가웠다..) ..아, 내가 설명을 안 해줬구나. (너를 보자 이 세계에서 어떻게 하면 나갈 수 있는지에 관해 설명을 안 해줬다는 게 생각났다) 그, 거울은 세계와 세계를 잇는 통로라고 하는데, 아마 저 거울을 통해 빠져나가면 우리가 원래 있던 세계로 돌아갈 수 있을 거야. .. ...아마도

 

11:07PM张强林:.... ...아. (네 말을 듣고 아, 하고 정신을 차렸다.) ...귀신을 보는 통로, 라는건가... 하하, 그러면 아까 내가 쓴 일기가 맞는거였네? (제 손에 쥐어진 작은 노트를 힘주어 쥔다.) ...있잖아, 누나. 돌아가면 구원이 있는거야? 나도... 나에게도 구원이 있어?

 

11:11PMLavina:그런 셈이지. (고개를 끄덕이곤 살풋 미소 지었다) 구원이라... 욕심을 조금 부려보자면 내 구원이 너인 것처럼 너의 구원도 내가 되고 싶어. 그러니까.. (조금 망설이다 말을 이었다) 지금 네 곁에 있는 나를 구원이라 여겨주면 안..되려나. ...아니다, 나보다 더 좋은 구원이 있을 수 있겠지. 돌아가면 분명 네 구원이 있을 거야. 확신해.

 

11:14PM张强林:(두 눈을 크게 떴다. 네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나, 누나의 구원이야? ...그런거라면 나는 지금도 구원받았네. 바보같이 나를 구해주려고 누나가 여기에 온 것도 모르고 있었던거네. (어쩐지 편한해보이는 웃음을 지었다.) ...누나. 나에게는 누나가 가장 큰 선물이고 구원이에요. 그런 말 하지 마. 누나보다 더 좋은 구원이라는건 나에겐 없어.

 

11:21PMLavina:응, 네가 내 구원이야. 나를 몇 번이나 일으켜주고 이끌어준 너는 내 구원임이 틀림없어. (편안해 보이는 웃음을 짓는 네 모습에 왜인지 모르게 자신도 편안해져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나도 마찬가지야. 나에게 있어 너는 빛이고 없어서는 안 될 사람이야. ..고마워. 내 곁에 남아 나를.. 사랑해줘서.

 

11:22PM张强林:누나, 우리 그런건 여기에서 말하지 말자. 여기를 꿈이라고 생각하겠어. 일어나면 아무일도 아니었건 것 처럼, 그냥... 평소랑 똑같이 악몽 하나를 꿨다고 생각할래요. 그렇게 나에게 달콤한 말은 이 꿈이 깨면, 그때 이야기 해줘.

 

11:24PMLavina:알겠어. 이곳에서 나가면 네가 원하는 만큼 이야기 해줄게. 네가 얼마나 나한테 특별해졌는지.

..이제 원래 세계로 돌아갈까?

 

11:25PM张强林:...기다릴게. 언제나 그랬듯이 말이야.

 

11:26PMLavina:..얼마 안 걸릴 거야.

(눈앞에 보이는 전신 거울을 바라본다. 정말 이 전신 거울을 넘어가면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갈 수 있으려나. 아니 돌아가야만 해.)

 

무언가 형상을 비춰야할 전신 거울 너머에는 아무 것도 비춰지지 않습니다.

 

거울 너머에는 오로지 깊이를 알 수 없는 어둠만이 자리할 뿐입니다.

 

손을 뻗으면 막히는 것 없이 그대로 거울을 통과합니다.

 

...

 

지하실에 있는 전신 거울은 자그마한 블랙홀을 보는 것 같습니다.

 

이대로 이 거울 너머로 몸을 밀어넣는다면 이곳에서 영원히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하지만….

 

이곳은 두 사람의 집이잖아요?

 

...

 

아니,

 

이곳이 집이 맞던가요?

 

여태까지 평범하게 받아들였던 평화가,

 

정상적인 평화가 아니라는 사실쯤은 진작에 깨달았잖아요.

 

등 뒤에서 식은땀이 흐르고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합니다.

 

함께 가서 이야기 하겠다고 말했음에도,

 

미지의 공포는 쉽게 사라지지 않아요.

 

어떻게 하겠습니까?

 

11:32PMLavina:(..돌아가야지. 너와 함께. 원래 있던 평온한 우리 집으로. 함께 돌아가는 거야)

(네 손을 꼭 붙잡곤) ..돌아가자. 우리 집으로. (거울 속으로 들어간다. 저 너머에 우리가 함께했던 우리 집이 있을 거란 걸 굳게 믿으며)

 

당신은 치앙린과 함께 거울 너머로 몸을 밀어넣습니다.

 

거울 속으로 들어오자마자 공간이 무너지고 점차 우리가 함께 살았던 '집'에서 멀어지기 시작합니다.

 

블랙홀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기분이 바로 이런 것일까요.

 

폐부가 짓눌리고 온몸이 갈기갈기 찢겨지는 것만 같은 고통이 느껴집니다.

 

받아들이기조차 끔찍한 고통에 의식이 점차 희미해져만 갑니다.

 

...

 

결국 그 고통을 이겨내지 못하고 잠시동안 의식이 끊겼던가요.

 

깊게 침잠해있던 의식이 수면 위로 끌어올려지는 생경한 느낌과 함께 두 눈이 뜨입니다.

 

당신은 자신이 침대 위에 누워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온 몸은 식은땀에 절어있습니다.

 

시야에는 낯설고도 익숙한 천장이 보입니다.

 

아주 머나먼 과거에서 보았던 것 같은 천장입니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그래요.

 

 

여기는 당신의 진짜 「집」입니다. 　　

 

그제서야 큰 파도가 휘몰아치듯,

 

잊혀졌던 기억들이 밀려오기 시작합니다.

 

여태까지 집이라고 여겨왔던 곳은 진짜가 아니었습니다.

 

당신과 치앙린은 괴한의 습격으로,

 

그저 차원과 차원 사이에 있던 공간에 갇혀 서서히 미쳐가고 있었을 뿐입니다.

 

그곳에서 버티지 못하고 가장 먼저 광기에 물든 것은 당신이었죠.

 

그는 당신을 구하기 위해 애썼지만 결국 함께 미치기를 선택했습니다.

 

...

 

하지만 영원히 계속될 것 같던 악몽이 지나가고,

 

두 사람은 무사히 현실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고난을 이겨냈음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당신의 옆에는 그가 누워있습니다.

 

단단하게 맞잡은 손에서 분명한 온기가 느껴집니다.

 

따사로운 아침 햇살에 눈이 조금 부셨던가요.

 

당신은 고개를 들어 창문을 바라봅니다.

 

그리고 인기척을 느꼈는지 치앙린도 눈을 뜨고 창문을 바라봅니다.

 

창 밖에 보이는 것은,

 

...

 

우리가 그토록 염원하던 일상이었습니다.

 

해야 할 말이 많죠.

 

우리는 너무 먼 길을 돌아왔습니다.

 

서로의 구원이 되길 기원하고,

 

꿈에서라도 그 사실을 기억하려고,

 

당신에게 알리기 위해...

 

ENDING 5.

 

창 밖에는 하얀 구름이 떠다니고 있었다.

 

<탐사자 생환, KPC 생환>

 

보상: SANc 5 회복

 

창 밖에는 ■■■가 떠다니고 있었다.

 

 

完. 　　

 

 

▼누나,

 

나를 구원해.